유빈 재연
안녕하세요. 유빈 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본인을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짧거나 길어도 모두 좋습니다.
소개요. 음... 어렵네요...
그냥 자유롭게 해주셔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당근을 좋아하고 영화 보는 걸 즐기는 김재연입니다. 이런 식이나...
저는 책 읽는 거 좋아하고 미술에 관심이 많은 밥 읽기입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근황을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요새 어떻게 지내시나요?
요새는 거의 일만 했어요. 그리고 강아지 우마를 4주 전에 입양 시작해서 한 달 내내 정신이 없었어요. 우마 기르느라 일 끝나면 맨날 산책하고...
궁금했는데 혹시 우마는 임시 보호인 건가요 아니면 입양하신 건가요?
임시보호 했다가 입양했어요. 친구가 입양을 했는데 그 친구가 알려준 보호소에서 계정으로 봤어요. 그 사진 보고 여섯 형제 중에 눈에 제일 딱 얘만 보여서 데리고 봤어요. 임시보호로 시작했지만 키우다보니 못 보내겠더라고요.
맞아요. 저도 최근에 강아지가 너무 키우고 싶은데 아무래도 아직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짧게라도 임시보호를 해볼까 싶어 임시보호 글도 찾아보고 그랬거든요. 근데 정말 임시보호 시작하면 떠나보내기 정말 어려울 것 같아요. 정도 많이 들 것 같고.
근데 임보만 많이 하는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약간 공리주의 같은 건가? 더 많은 개들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해외 입양 보내기 전까지 임보만 하고 보내고 그렇게 한 거의 20마리 넘게 한 친구가 있어요. 그렇게 생활하다보면 되게 건강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본인도 운동도 열심히 하게되고.
정말 그럴 것 같아요. 산책을 자주 시켜주려면 아무래도...
키우느라 체력이 좋아지더라고요. 저도 요즘 맨날 7시에 일어나서 산책 하고 막 그러니까 그래서 되게 좋아요.
또 인양 스튜디오에서 일하셔서 일하는 곳에도 데려와서 같이 있으실 수 있으니까 그것도 좋은 것 같아요.
맞아요. 그게 이 직업에서 제일 좋은 장점.
이전에 유빈님께서 휴학 당시 여행을 많이 다녀오셨다고 들었어요. 혹시 어디 어디 다녀오셨나요?
저는 학기 중에는 알바를 조금 하고 방학 중에 알바를 엄청 열심히 해서 모아둔 돈을 휴학할 때 여행에 다 썼어요. 도쿄도 가고 뉴욕도 가고 파리도 가고 베를린도 가고 베니스도 가고... 또 어디 갔지 교토도 가고 오사카도 가고 그랬어요.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혹은 일화가 있을까요?
교토 여행지에서 전시 보다가 처음 만난 사람이랑 친구가 됐는데 그 전시를 참여한 학생이었어요. 전시장이 초등학교 건물이었던 곳을 개조해서 전시장으로 만든 곳이었는데 거기서 안내를 해주는 거예요. 근데 제가 일본어 잘 못하는데 그 친구랑 거의 바디랭귀지로 소통하면서 얘기 나누고 밥 먹고 그냥 교토를 돌아다니는 그게 너무 좋았어요.
교토에서 한 3주 정도 있었는데 혼자서 정원도 많이 보러 다니고 교토에서 자전거 타고 엄청 멀리 있는 서점 갔다가 동물원 갔다가 하면서 되게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도시였어서 정말 기억에 남아요.
엄청 좋네요. 말이 잘 안 통하는데도 친하게 지내시고 시간을 같이 보내신게 너무 신기해요.
전시라는 매개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구경할 게 있으니까 같이 다니면서 보고.
말씀 들으니까 여행 엄청 가고싶네요... 그러면 요즘 가장 가고 싶은 장소가 따로 있을까요?
도쿄 가고 싶어요. 도쿄에 좋은 게 너무 많아서... 일단 맛있는 게 너무 많고 건물들이 너무 멋있어요. 개인 주택들 건물이 진짜 작은데 다 다르고 그냥 도시에 질감이 서울이랑 너무 다른 것 같아요. 건물에 붙어 있는 타일이나 유리가 종류가 훨씬 다양하고 엄청 아름다운 것들이 많아서 그냥 산책하는 데 너무 행복했어요. 공원도 좋고 아 그리고 도쿄에 대형 서점도 되게 잘 되어있어요. 그리고 도쿄에 칸다 고서점거리라고 작은 고서점들이 모여있는 거리가 있는데 거리 전체가 책들로 빽빽하게 구성된 거리가 있어요. 엄청 오래된 책들로 가득한데 시점이 한군데로 빨려들어가는 듯이 되어있어서 마치 책들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엄청 좋네요. 저도 너무 가고싶어요... 유빈님 전시나 예술 쪽도 관심이 되게 많으시죠. 최근에 본 전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을까요? 최근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기억에 많이 남는 전시가 있을지...
요새는 인양 일 하면서 전시를 많이 보지 못하는데 음 옛날이긴 한데 아트선재 센터 이미래 작가 전시가 정말 좋았어요. 지금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참여작가로 계신 분인데, 여성의 몸을 출산하고 임신하고 그런 과정들을 기계로 만들어서 되게 막 하수구에 파이프들이 서 있고 쇠덩이 안에서 막 액체가 나오고 다시 올라오고 다시 나오고 엄청 그로테스크한 설치 작업을 하는 분이신데 그 작가분이 제 친구랑 엄청 친해가지고 작업 관련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작업이 엄청 큰 납덩어리 3m, 4m 되는 납덩어리로 된 벽도 있고 되게 제가 만들려면 상상도 못하는 것들을 만드시는 분이라서 엄청 좋았어요.
보신지 꽤 오래되셨는데 설명을 자세히 해주시는 것 보면 정말 기억에 많이 남으셨나 봐요.
저는 물리적인 무언가를 만드는걸 못하는데 심지어 가구 조립도 잘 못하는데 그런 기계를 만든다는 게 너무 대단해 보였어요.
혹시 나중에 인양도 따로 전시를 해볼 계획이 있나요.
하면 좋죠 저희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제품이나 전시나 책이나 지금 편집숍 준비 중이고 일단 웹사이트 온라인 숍에서 시작해보려고요.
엄청 좋네요. 오픈하신다면 바로 구입할... 사실 저도 최근에 지인분과 디자인 스튜디오 혹은 팀을 생각하고 준비하면서 여러 활동을 생각해보고 있어요. 아직 많이는 안정해졌지만 7월 중에 전시를 한번 할 것 같아요. 그래픽 디자인 전시를 어떻게 하면 의미있게 진행해볼 수 있을까 고민해보면서 스튜디오를 알리는 첫 전시로 구상해보고 있어요.
우와 그러면 오프닝 전시네요.
맞아요 그런 느낌으로 생각해보고 있어요. 전시 형태는 아무래도 벽면을 그래픽으로 가득 채우는 방향으로 갈 것 같아요.
그거 생각나요. 그 국제 갤러리에서 옛날에 양혜규 작가가 벽면 전체를 그래픽으로 가득 채운 작업을 했었는데 진짜 막 온갖 물상 불 물 이런 것들의 이미지를 그냥 포토샵으로 해서 그래픽이랑 같이 해놓고 디자인과 나온 사람이 상상도 못할 서체로 불 물 이런 걸 써서 꽝꽝 박아놨는데 그거 보고 되게 그 글자 자체의 물성이나 생동감을 보는 시각이 되게 다르다고 느꼈어요. 얘기듣고 갑자기 생각났어요. 그 벽이 되게 커서 되게 멋졌어요.
전시 준비하면서 같이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근데 7월 중이면 곧이네요. 혹시 전시를 하고 싶은 이유가 따로 있나요? 뭔가 작업을 공간에 전시하는 경험을 확장하는 경험을 하고 싶어서라거나 아니면 뭔가 보여주는 방식을 개발해보고 싶다거나...
음 사실 전시를 해보고 싶은 마음의 기저에는 기존에 제가 가졌던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에 대한 아쉬움이 큰 것 같아요. 디자인 배우던 초창기부터 인터렉션에 관심이 많고 설치형 미디어아트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팬데믹으로 많은 기회를 온라인 전시로 대체하면서 웹을... 반 강제적으로 하게 되었던게 계속 마음속에 남더라고요. 최근에 민지님이 운영에 참여하시는 소규모 전시공간 faction에서 같이 전시를 할 기회가 생겨서 기획을 해보고 있는데 예전에는 기술적인 구성을 통한 관람자 인터렉션과 비쥬얼에만 관심을 가졌었다면 지금은 관심사가 조금 달라져서 더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해보고 있어요. 이전 작업을 아카이브하는 형태의 전시는 하고싶지 않고, 전시 자체가 의미를 가진 형태로 하고 싶어서 관객 참여형 전시로 인터렉션을 구성할 방법도 고려하고 있어요.
뭔가 움직이는 걸 감각하게 하고 싶은 거 같기도 하고 움직임 자체에 관심이 많은가 봐요.
사람들과의 인터랙션에 되게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작용을 통해 무언가 끼리 연결된다는 개념이 조금 막연하지만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인터랙션에는 관심이 없어요. 직접 움직이는건 좋은데 내가 움직인 것에 대해 반응이 오면 너무 내가 창작자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기분이 들어서...그래서 저는 제가 제 속도대로 관람하는 게 좋아요. 그래도 현상과 반응에 대해 감각하는 거는 좋아서 저도 공간에다가 설치해보는 작업, 시간에 따라서 바뀌는 작업 등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식물 키우는 것도 그런 면에서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저도 그런 경험을 되게 좋아해요. 식물도 좋고 동물도 좋고...
정독도서관에 있는 물레방아 물 떨어지는 거 같은것도 좋아해요. 그런 공간을 작업해보고 싶은데 마침 저희 새로 클라이언트 만나고 있는 분들이 공간 일을 요즘 하셔서 시공업체도 처음 만나보고 좀 보게 되고 있어요.
나중에 어떻게 실현이 될 수도 있겠네요. 인양이 기획한 공간이라니... 너무 기대돼요.
그러고보니 홍익시디 소식지 인터뷰 당시에 살아가는 장소가 유동적인 삶을 추구하신다고 하셨었는데 인양 여기 사무실로 옮기신지 한 1년 됐나요?
1년 아직 안 됐어요. 8월에 1주년돼요.
그러면 나중에 공간을 또 옮기실 계획도 있으신가요?
저는 외국에서 살고 다른 도시들 여행하는 게 너무 좋아서 전에 인양에서 우리 돌아가면서 유학 갔다오자 이런 얘기도 했었거든요. 어려운 방식이겠지만 좀 떨어져서 일할 수도 있고... 저는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여행을 다니면서 일하는 게 되게 개인적인 꿈이에요. 근데 코로나 이후로 한 번도 못 갔어요.
요즘엔 정말 비대면 회의 시스템도 많이 발전해서 점점 비대면 협업이 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저도 점점 디지털 노마드가 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요.
맞아요. 이젠 줌이 더 좋아요. 대면 미팅이 효과적이긴 하지만 어느 공간에 속하게 되면 삶의 반경이 좁아지는 느낌 때문에 답답함이 있어요. 항상 동네에 집이랑 일터가 다 있으니까 왔다 갔다 왔다 갔다 개미처럼. 원래는 정말 많이 돌아다니는 사람인데 졸업하고 나서 요즘은 가장 활동 반경이 좁아진 시기예요.
그래도 다행히 이제 코로나가 끝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종종 여행도 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름에 가려고요 어디 갈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러면 앞으로의 유빈님은 어떤 모습이실지, 혹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여쭤보고 싶어요. 나중에 난 어떻게 살고 싶다거나 어디서 어떤 걸 하고 있을 것 같다든지.
저는 계속해서 새로운 거를 배우고 싶은데 공예나 시공지식 같은 기술적인 거를 배우고 싶어요. 지금은 공간에다가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못 갖추고 있어서... 그냥 내 집을 꾸미는 것도 한계가 있고 뭔가 전시를 한다 아니면 공간에 들어갈 디자인을 한다 이럴 때 감각이 좀 부족한 것 같다고 저 스스로 느껴서 그런부분에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일을 배우고 싶어요. 그리고 우마도 잘 키우고... 더 많이 일을 하고 싶어요.
좋아요.
끝인가요?
마지막으로 입장을 바꿔서, 재연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나요?
재원 씨는 왜 당근을 되게 좋아하시나요.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자주 장을 보시던 곳 중에 한살림이라는 유기농 업체 같은 게 있었어요. 근데 거기서 당근 토마토 주스가 있었는데 그걸 엄청 좋아해서 자주 사먹던 기억이 남아있어요. 당근을 먹으면 당근만의 정말 맛있는 자연적인 단맛이 있는데 그 맛을 느낄때마다 어렸을 때 어머니랑 같이 장보던 기억이 나서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당근으로 할 수 있는 요리는 뭐가 있나요?
사실 당근은 생으로 먹는걸 가장 좋아해서 당근을 활용한 요리를 많이 해본 적은 없는데 야채 볶을 때 같이 넣어도 맛있고 그리고 아니면 오븐에 웻지감자 구울 때, 당근도 같이 구워먹어도 맛있어요.
요리를 잘하신다고 들었어요.
요리하는거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뭔가 미각이 좀 예민한가요?
사실 저는 맛의 기준치는 엄청 낮거든요. 옛날에 급식 같은 것도 그냥 애들이 맛없다고 해도 맛있는데 하면서 먹고 했던... 사실 요리는 남한테 해주는 걸 사실 더 좋아해요. 요리해서 같이 먹거나 아니면 같이 시간 보내는 게 그게 더 좋았어서 사실 막 미각적으로 "이거는 좀 막 후추가 좀 부족한데..." 이러진 않고 그냥 뭘 먹어도 맛있다하면서 그냥 그 시간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저도 술을 그런 면에서 좋아해요.
저도요. 엄청...
저도 술의 맛이나 이런 거 저런 거 안 따지고 그냥 그 자리를 좋아하나봐요. 저도 어렸을 때 부모님이 초등학교 교사셔서 맨날 집에서도 급식을 먹었거든요. 급식을 싸와서 집에서도 먹으니까... 급식으로 컸어요. 그래서인지 미각이 까다롭지 않아요.
미각이 까다롭지 않은게 좋은 것 같기도 해요. 그러면 인터뷰는 여기까지고요 진짜 마지막으로 배경 음악으로 깔리면 좋을 만한 노래를 하나만 골라주세요.
저는 Al Green을 되게 좋아해요. 소울 음악 가수인데 저는 이 사람의 음악을 들으면서 좀 서양의 아리랑을 듣는 것 같은 감수성을 느끼거든요. 되게 옛날 사람인데 요즘도 음악이 나오고 영화 그 뭐였지 줄리아 로버트 나오는 영화 있는데 여기 있을 텐데 이거 1번에 있는 이게 영화에 나오는 배경 음악이라...(음악 재생 중) 이런 감성을 좋아해요.
인터뷰랑 같이 실어볼게요 감사합니다. 긴 인터뷰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수고하셨어요!